최근에 혹한기 전술 훈련 행군을 실시하였다. 행군은 내가 가장 겁먹었던 훈련중 하나이다. 거진 6~7시간동안 무거운 군장을 메고 걸어야한다. 훈련소에서도 가장 힘든 훈련이 행군이었으며, 특히 각개전투를 끝내고 바로 행군을 하였기에 훈련소에 행군은 지옥 그 자체였다.
훈련소와 동일하게 20km행군을 진행하였고 자대가 짧게 간건지 훈련소가 길었던 건지 아니면 내가 강해진건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물론 당연히 승모근이 힘들어하고 발바닥이 아픈건 똑같지만 그래도 처음 했던 행군보다는 버틸만 했다. 날씨가 잘 따라준 것도 한몫한거 같다. 이번 겨울동안 이례적으로 정말 덥지도 춥지도 않은 완벽한 날씨에 행군을 했다.
주제에 적어놓았듯이 행군에 느낀바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이다. 나는 군생활을 못하지도 그렇다고 에이스도 아니게 무난하게 하고 있다. 행군에서 선두는 대대기를 들고 행군하며 '기수'라고 불린다. 행군 코스는 왕복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는데 갈때는 선임분이 기수를 하고 돌아올때 정말 우연찮게 선임분이 나에게 한번 해보라고 하셨다.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하지도 않고, 체격도 마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막 좋은 것도 아니었다. 기수를 하게 되면 총이 정말 큰 걸림돌이 된다. 기를 잡아야하기 때문에 총을 손으로 받치지 못하는데 그러면 한쪽어께에 무게가 가중되어 몇배로 힘들어진다.
걱정이 앞섰다. 10km가량의 거리를 다시 걸어가려 하니 막막한데 심지에 기까지 들고 가려면 겁이 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걱정과 다르게 기를 잡는 순간 왠지 모르게 계속해서 힘이 났다. 분명 좀만 가다가 지치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거라고 생각했지만 걱정과 다르게 정말 하나도 힘들지 않았고 무사히 행군을 완주할 수 있었다. 걷는 도중에도 너무 신기해서 왜이렇게 힘이 넘치는 걸까 고민했더니 찾은 답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문구다.
대대의 선두라는 책임감. 이것이 나에게 힘을 주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이동중에 단 한순간이라도 기가 기울어지거나 쓰러지지않게 힘을 주고 집중해서 걸었다. 상상해보라 만약 뒤에서 선두주자를 지켜보는데 기가 기울어지면서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면 힘이 날리가 없다. 또 민간지역을 행군했기에 국민들이 지켜보았을 때도 항상 강인한 모습만 보여지기를 바랐다. 그래서 더더욱 두손에 힘을 주고 두눈 부릎뜨며 끄덕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내 행군했다.
행군이 끝나고 글을 쓰는 지금(행군날짜와 일치하지 않음)도 믿을 수가 없다. 분명 돌아올때 더 힘들어야하는데 오히려 힘이 나서 너무나도 가볍게 행군을 완주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기억을 되돌아보면, 갈때는 쉬는 구간이 2번있었고 올때는 한번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갈 때가 훨씬 힘들었다.
다시한번 나의 모든것은 내가 마음먹기에 달렸고, 몸보다 마음이 강함을 느꼈다. 전역이 1년이나 남았지만 문구로만 들었던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것을 실제로 온몸으로 느꼈고 이 경험은 사회에 나가서도 힘들지만 도전적인 자리와 강한 책임감이 필요로 하는 역할을 맡고 싶어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아니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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